“Cette année un petit lutin de Noël est venu à la maison.”
올해 우리 집에 작은 크리스마스 요정이 왔어.
일 년 중 마지막 12월,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하루하루가 더 빠르게 흘러간다.
거리에는 불이 켜지고, 창문에는 별이 걸리며, 어른들은 연말의 약속과 일정 사이를 오간다. 그 바쁨 속에서도 프랑스의 노엘(크리스마스) 은 이상할 만큼 평화롭다.
사실, 프랑스에서의 진정한 노엘은 소란스러운 축제가 아니다.
프랑스에서의 크리스마스는 무엇보다 ‘기다림’의 시간이다. 아드방(I’Avent: 약 크리스마스 전 4주간을 일컷는다.) 동안 사람들은 집 안에 작은 빛을 더하고, 촛불을 켜고, 식탁 위에 겨울의 향기를 올린다. 아이들은 선물 보다도 밤공기와 창가에 맺히는 서리를 먼저 기억한다. 노엘은 갑자기 터지는 이벤트가 아니라, 하루하루 쌓여가는 일년간의 일을 다시 꺼내보고 추억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 조용한 기다림 속에 등장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루떵(Lutin) 프랑스식 크리스마스 요정이다.
루떵은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크리스마스 요정 과는 조금 다르다.
이 프랑스식 루떵은 어디선가 몰래 아이들을 감시하지 않는다. 착한 행동을 기록하거나 산타에게 보고하지고 않는다. 그저 집 한켠에 가만히 머문다.
프랑스 문화에서 루떵은 규칙을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어른이 아이에게 모든 설명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에 가깝다. “저건 뭐야?” 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믿어도 되고, 믿지 않아도 되는 여백, 루떵은 집안에 상상의 여백을 남겨두는 존재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루떵은 늘 조용하다. 과하게 웃기지도, 장난을 치지도 않는다. 대신 집 안의 공기를 살짝 바꾼다. 아이들은 루떵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고, 어른들은 그 이야기를 완성하려 애쓰지 않는다. 노엘의 시간은 그렇게 각자의 상상으로 채워진다.
프랑스의 크리스마스에서 중심은 언제나 가족이다. 정성들여 채워진 식탁, 촛불,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 루떵은 그 중심에 나서지 않고 그저 옆에 존재한다.
프랑스식 루떵이 전하는 메세지는 단순하다. 아이를 통제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크리스마스는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루떵은 그 사실을 조용히 증명하는 작은 존재이다.
노엘이 끝나고 나면 루떵은 조용히 사라진다. 작별 인사도 없다. 하지만 아이의 기억 속에는 바쁜 12월 한가운데서, 그저 조용히 옆에 머물던 작은 존재로.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잠시 멈춰도 괜찮았던 한 계절의 공기로 남을것이다.
루떵은 그저
“Il est là pour faire un peu de magie.”
그냥 마법을 조금 더해주러 온 거야.
프랑스의 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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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프리랜서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사랑하는 프랑스의 소피 입니다.
함께 쓰는 일기, 우리만의 이야기
아이들과 일기를 쓴다. 될 수 있는 대로 매일. 잊힐 말과 감정, 생각,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다. 하루의 끝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작은 장면들이 스쳐 간다. 흙을 털어내던 신발, 미처 다 닦지 못한 입가의 초콜릿 자국, 그리고 그때 웃던 얼굴. 그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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