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 우리 아들을 자연 학교에 보낸다. 보통은 함께 다니는 동갑내기 아들이 있는 여동생이 함께 데리고 가는 편이다. 지난 밤 모임이 있어 늦게 들어오기도 했고 숙취도 있어 아침에 눈만 뜬채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찰나에 아내가 갑자기 즉흥적인 제안을 한다.
"오늘은 우리도 같이 갈까? 둘째도 데리고?"
지난밤 내린 눈과 비로 진흙탕이 되었을 비포장길, 놀이감도 없는 장소에서 둘째와 씨름 하는 모습이 상상되었지만 애써 참으며 못마땅한 말투로 대답을 했다.
"그럼 그렇게 누워있지 말고 지금부터 준비해야지, 늦었어!"
평소처럼 나만 먼저 일어나 분주하게 준비를 시작했고, 아내는 뒤늦게 일어나 아이들 먹을 떡을 정성스레 굽기 시작한다. 진땀 빼며 아이 둘을 추스린 끝에 겨우 시간에 맞춰 출발할 수 있었다. 도심을 지나고 교외로 접어들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분명히 지난밤 서울 시내는 눈과 비로 엉망이었는데, 교외의 풍경은 눈꽃으로 뒤덮인 겨울왕국 같았다.
자연학교에 도착해 눈쌓인 한옥지붕과 장독대, 그리고 사방에 눈으로 뒤덮인 풍경을 보니 아침에 들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눈녹듯 사라졌다. 한옥집 안에 들어와 화목난로를 바라보며 따뜻한 차를 한잔했고, 이상하리만큼 얌전해진 둘째와 간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산타 할아버지는 말을 잘 듣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신다고 배웠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편안함을 벗어나 인지적인 관성에 역행할 때 선물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니면, 아내의 말을 잘 들어서였을지도.)

네비올로
살살 녹는 샤베트 하루
달콤한 하루, 선물 같은 주말
종 - 강
길고긴 16주차간의 학기가 드디어 끝이 났다 !시원섭섭 할 줄 알았는데 아니? 무진장 시원하다 ~~~ ! 그저 이 악물고 버티고 버티고 한 번씩 몸이 K.O. 당하면그 틈에 정신도 회복하고 그렇게 버텨온 한 학기가 끝났다.우와 진짜 끝이 날 것 같지 않아보였는데 끝이 났다. 역시 시간은…
주절주절~
하루종일 멍~하다. 늦게 일어나서 그런가 하루가 너무 빨리 흘러가고4시에 점심, 9시에 저녁을 먹어서 하루의 균형이 매우 무너진 느낌.이 일기마저 안 썼다면 생각없이 하루를 마감했을 것이다. 선물을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보다 더 기쁜 것 같다. 선물을 줄 사람이 있다는 것도 행복이…